할머니: 인천 덕적도가 고향. 여기서 장사한 지 30년이다. 맞은편 저 가게에서 15년, 여기서 15년. 거기는 월세만 받는데 여기는 전세라 더 좋다. 공간도 여기가 더 넓다. 저 안 쪽으로 방이 또 하나 있어 살림하며 장사하기 좋다. 살림하면서 장사를 해야 밤에도 판다. 밤에도 사람들이 가끔 옷 달라고 문 두둥기고 그런다. 저 쪽 가게에서는 입엇던 옷들을 가져다가 싸게 팔고 그러니까 처음에는 우리가 타격이 좀 있더라. 그런데 죽은 사람 옷도 갖다 판다 이런 소문이 나니 사람들이 이제 가질 않는다. 우리는 이런 메이커 메리야스를 판다. 여기 메이커 메리야스 파는 데는 우리밖에 없다. 물건은 할아버지(남편)가 떼다 온다. 우리 할아버지 자랑은 머리가 똑똑하다는 거다. 나이를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흔넷.(자랑스럽다는듯이) (할아버지가 정말 아흔넷으로 보이지 않으심. 일흔 정도? 매우 정정하시고 말씀하시는 것도 젊으신 느낌)
할아버지: 내 고향은 아주 멀다. 이북에서 6.25 때 인천으로 피난 와 살다 여기 왔다. 이건 작업복이다. (통 좁은 바지를 보여주며) 요즘 젊은
애들 옷들은 이렇게이렇게 생겼는데 이건 팡퍼짐해서 어른들 입는 작업복이다. 이거? 남자 건데. 허리가 작으니 입을 수 있을 수도 있다. 허리를 재 보면 되지. (허리 재는 줄자를 재빨리 꺼내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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