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6일 화요일



어부심과 여성 
 
어부심은 강이나 바다를 끼고 있는 마을에 존재하고, 강이나 바다가 없는 곳에서는 냇물이나 집안의 우물에서도 행해진 용왕신앙이다. 어부심은 물을 관장하는 용왕에 대한 신앙이 개인과 가정 차원에서 반영된 신앙이다. 물에 빠져 죽는 것은 용왕의 노여움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용왕을 달래고 위해 준다. 용왕은 신격으로서 인간의 삶에 개입한다. 이러한 개입이 개인적 삶의 차원에서 이루어져 ‘가정’ 단위에서 나타난 것이 어부심이다. ‘어부심’은 용왕에 대한 신앙이 마을 차원에서 아니라 가정 차원에서 이루어진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어부심의 주체는 집안의 여자에게서 여자로 전승된다. 기원의 내용은 가족들이 잘 되게 해 달라는 것, 탈 없게 해달라는 것, 병나지 않게 해 달라는 것, 자식들 무사하게 해 달라는 것 등이다. 더욱 일차적인 기원 내용은 바로 앞이 물가이니 물가에서 아이들이 별 탈 없게 해달라고 비는 것이다. 강가에 사는 사람들은 “강은 아이들의 놀이터”라고 흔히 말한다. 강 마을 아이들은 강을 제 집 마당처럼 생각하고 놀기 때문에 물에 빠지지 않고 일 년 내내 무사하게 놀게 해 달라고 빈다.
주로 정월 열나흗날 밤이나 대보름날 새벽에 어부심을 한다. 이는 부정이 타지 않기 위하여 다른 사람들이 안 보는 때에 정성스럽게 하려는 것이다. 어부심에 쓰는 바가지를 만들 때 화장실 지붕에 올린 박은 쓰지 않고 행랑지붕처럼 깨끗한 곳에 올린 박을 사용하고, 사용하고 난 박은 따로 보관해 놓을 정도로 정성을 들이기도 한다. 또한 새 밥을 해서 가져가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의의
용 왕신앙은 우리나라의 여러 신앙 가운데 오랜 기원을 보인다. 주몽신화의 유화(柳花)를 비롯하여 많은 신화에서 용녀로 표상되는 여성 인물들이 등장한다. 용궁, 용왕, 물에 대한 신앙의 기록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계속된다. 용왕신앙은 물의 풍요와 기우(祈雨)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했지만 제재초복(除災招福) 신앙도 함께 작용했다. 용왕에 대한 기원은 단순히 물의 풍요와 정화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물을 위하는 사람들의 액운 제거와 풍운 순조, 마을의 안녕과 행복을 비는 데까지 이어졌다.
강을 끼고 있는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어부심은 ‘물’에 대한 두려움을 용왕을 달램으로써 해소하는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물에 대한 두려움을 제거하는 일차적인 기능이 ‘날마다 물에 나가 노는 아이들의 안전’이라면, 여기서 더 나아가 일반적으로 용왕에 대한 인식이 투사된 것이 온 집안이 아무 탈 없이 잘되고 무사한 것이다. 이는 용왕에 대한 신앙이 단순히 ‘물’에 한정되지 않고 생활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와서 민속 전승 주체자의 모든 생사를 관여하는 신격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어부심은 그 기원의 목적이 순전히 가정의 안녕과 평안을 위하는 것, 집안이 잘되는 것이라는 가정신앙의 기본 개념과 일치한다. 어부심은 가신신앙과 그 기원의 내용이 같지만 그 신격이 가정 내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가신신앙의 범주에 포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키바 다카시(秋葉隆)가 『조선무속의 연구』에서 지적했듯이 이는 여성신앙으로서의 가정을 위한 의례라 할 수 있다. 가신과 어부심은 모두 유교적 제의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여성들에 의해 행해진 주체적인 의식이라는 데서 여성신앙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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