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TC 의 연안지역 여성생애사 연구 프로젝트 ETC's research based art project at Gyeonggi Creation Center. ETC will research and collect stories of locals in Daebu Isalnd - once a seperate island but now is connected to the mainland - in order to create a new collective story about a woman's life into different forms of art.
2013년 6월 4일 화요일
창작센터 옆 포도밭 부부
아주머니: 난 우리 아저씨 처음엔 좀 별로였어. 근데 선을 봤는데 이 사람이 그렇게 따라다니는 거야. 난 싫어가지고 피해다니고, 직장을 옮기고 그래도 따라다니고. 나는 이래뵈도 젊었을 때 좀 세련되었었어. 아저씨는 인천에서 공장을 다녔었는데 그 당시는 직장 하나 튼튼하면 되었다 하는 시대여서, 이래 직장을 그만둘 줄 모르고 그냥 결혼을 해버렸지 뭐.
나는 서울 살았었어. 근데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니까 남편 고향이라 여기까지 온 거야. 아저씨가 여기서 건설 일을 했는데, 전에야 일이 많았지 요새는 일도 없고 돈벌이가 안 되니까 포도 농사를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야. 옛날에는 부끄러워서 친구들 보러도 안 나가고 그랬는데 그럴 필요가 없는 거 같어. 요즘에는 그래서 친구들도 보러 나가고 그래. 섬에 들어와 나는 괜찮은데 애들한테는 미안해. 딸이 셋인데 공부를 못시켜 미안하지. 이 시골에서 어디 공부가 편하겠어. 여긴 학원이 하나도 없어. 과외 한 번도 어렵고. 방학이면 학원 간다고 안산까지 나가고, 우리 애들은 그렇게 공부했어. 그런데 방학동안 학원간다고 뭐가 되나. 매일 학원 다니는 애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농사일은 해본적도 없는데 하는 거야.내가 농사일을 해봤어 갯일을 해봤어. 다 여기 와서 새로 하는 거야. 내가 그래도 나름 포도 일을 잘 해서 아주 달어. 우리포도 나무는 좀 많이 늙었어. 그래서 포도가 빨리 자라지 않지. 또 내가 하우스를 하지 않아서 다른 포도들 보다 늦어. 왜 하우스를 하지 않냐고? 하우스는 혼자 못해. 우리 아저씨는 포도 농사할줄도 모르지. 혼자서 어찌 하우스를 하겠어? 그렇지만 포도만큼은 아주 달어. 다음에 포도 딸 때 오면 좀 줄께. 여름에 여기서 포도 사 간 아줌마들이 또 오고 그러더라고. 아주 달다고. 택배로도 보내지. 작년인가 경기창작에 있던 외국인 부부가 있었는데 경기창작 들어가기 전마다 포도를 오천원어치 꼭 꼭 사주었지. 고마워. 에구....아저씨는 하나 도움이 안 되. 할 줄을 몰라. 가끔 와서 내가 하래면 좀 따라나 하고 그러다 그만두고 그러지, 할 줄을 몰라. 우리 아저씨가 몸이 편찮아서 병원을 다니고 그래. 쓰러졌었어. 그래서 더운데 여기와 일하면 안돼. 혼자서 일을 하니 심심하지. 그래서 이렇게 라디오를 갖고 다녀. 혼자서 라디오 들으면서 하는거지. 비가 오는 날에는 일을 안해. 그때 놀러오면 김치전 해줄께. 지금은 여기 있는 줄에 이 고무 고리를 끼는 거야. 그리고 지네발이라고잎사귀 끝에 돌돌 말리는 부분 있지? 그걸 떼야해. 안그러면 그것들이 서로 엉겨붙어서 큰일난다고. 이제 좀 있으면 포도 봉지 싸는 일을 하지. 여기 옆에 나는 잎들은 계속 떼어줘야해. 뭐 쉴틈이 없어. 계속 지네발도 떼줘야하고 곂잎도 떼 줘야하고 손이 얼마나 많이 가는데....
포도가 어디서 열리냐고? 여기 녹색 알갱이들 보여? 지금 꽃이 나려고 그 안이 빨갛지? 그게 꽃이 나고 열매가 열리는데 그게 포도야. 이제 꽃이 날거야.....
......
아저씨: 우리 아버지가 미군에게서 목수일을 배운 분이셨어. 그런 사람이 없었다고 그 때. 배도 만들고 그랬지. 미군들이 가면서 연장이니 뭐니 아버지한테 다 주고 갔지. 당신이 여기서 해보라고. 그래서 나는 아버지에게 연장도 물려받고 기술을 배워 건설 쪽으로 중동에도 일하러 가고 그랬어. (....일본식 연장 자랑 계속됨. 중간에 연장으로 추정되는 택배가 두 번이나 도착) 우리 집에 개가 많아. 우리 집사람이 불쌍하다고 데려와서 키우는 거야. 저기 애기도 낳고 그랬어.
......
아줌마: 우리 둘째 딸의 손녀가 아주 기특해. 어렸을 때 반장 하면 엄마 힘들다고 반장 안하겠다며 부반장을 하고 그랬어. 아주 똘망똘망해. 첫째 딸은 결혼해서 아들을 낳았지. 난 딸이 셋인데 셋째딸은 회계 쪽이야. 앉아만 있으니 계속 살이 쪄서 아주 몸이 커. 원래는 살이 안 쪘었는데 수술을 한 이후로 살이 계속 쪄서 딱해 죽겠어. 그런데 이제 곧 결혼할거야. 결혼하는게 효도하는거야....첫째 둘째딸이 시집을 일찍가서 서운했는데...그래도 시집가는게 효도지. 암. 여기는 음식이 다 자연식이라 좋아. 이거 다 내가 키워서 담근거야. 된장도 사위 시어머니가 해남에서 직접 담아서 보내주신거야. 원래 된장도 담아 먹었는데...어느날 딸이 시집에서 된장을 가져왔더라고...맛을 봤는데 맛있지 뭐야. 그래서 이제 꼬박 꼬박 사위가 된장을 갖다줘. 내가 몇 번 팔아주고 그랬어.
아저씨: 이집은 황토가 아니어서....새로 집을 지어서...
아줌마: 이제는 집이 뭐가 좋아, 집보다는 돈이야. 나이 먹어 돈이 없으면 사람들이 무시하고 그런다고. 돈을 쥐고 있어야 따뜻하게 하고 옆에 있고 그런 거야.새집보다는 돈이라고.
아저씨: 내가 뇌경색으로 일하다가 쓰러졌었잖아. 일하는데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서 집에 들어왔는데 말을 안나오고 이상해지더라고. 갑자기 말을 못하고 그러겠는데 집사람한테 전화해서 가까스로 말을 하고 그러니까 집사람이 부리나케 달려왔어. 그 때 바로 병원에 갔어야 했는데 미련하게 밤까지 누워 있다가 병원에 갔어. 그 때 그래서 내가 한 동안 말을 잘 못하고 지금도 그 영향으로 말이 이렇게 어눌해. 이럴 줄을 몰랐지. 그래서 옛날엔 일 끝나면 그렇게 술을 하고 그랬지. 이제는 전혀 안 해. 우리 여기 컨테이너에 포도 그림을 좀 그려줘. 우리 와이프가 포도는 아주 잘 알어. (짝다리 짚으며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우리 집사람이 음식을 좀 하긴 하지.. 이렇게 사람을 잘 만나야 하는 거여.
-포도농사 지은지 10년 넘으심. 바다일도 하다가. 여기 온지 20년 넘어. 큰딸이 35살. 둘째34, 막내 29살.
기름값 아끼기 위해 나무를 떼심. 보일러인데 나무 보일러 임. 그래서 나무를 한가득 집앞에 쌓아둠. 자신의 집은 기름 아끼지 않고 나무를 떼서 따뜻하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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